검도수련을 제대로 안한지 한 2년은 된 것 같다. 그간 가뭄에 콩나듯이 명절 보내듯이 1년에 한두번가는게 전부였다. 그런데~! 검도대회라니~~.
약 1달전 대회참가하겠냐는 전화를 받고는 망설였다. 대회안나간지도 수련을 안한지도 오래됐는데 나가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주말 하루 시간을 비우는게 7살 9살 아이를 키우는 아빠입장에서도 괜찮은지도 모르겠어서 와이프한테 물어봤다.
'나가도 괜찮겠어?'
"수련을 안해서 괜찮겠어?"
수련을 안했지만 수련을 안한 나를 찾고 있는 도장의 사정도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2년만의 대회인지라 다른 이와 합을 겨루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대회에 출전하게 되었다.
아침 7시 40-50분경 출발해서 8시 40분경 대회장소에 도착했다. 전날에 조금 늦게 자서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늦었구나 했지만 실상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2시까지 내 순서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다. 한판하는게 어찌나 이렇게 힘들다 말이냐. 중년부 순서가 코트 경기순서 뒷편이라 대회에 출전한 각부중에서 가장 늦게 시작했던 것 같다.
첫판, 검풍관의 검우님이었다. 침착하게 한다고 과감함이 없어서 한방도 없었다. 4분간 마라톤 경기끝에 판정승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니 8강이다.
둘째판, 신안관 같은 도장 기세좋고 잘하는 검우를 만나서 첫판에 허리를 내주고 끌려가는 입장이 되었다. 경기를 하는중에 허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머리 손목으로 견제를 하거나 한판을 얻어낼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결국 머리한번 내주었는데, 과감하게 손목을 먼저 쳤어도 괜찮았을텐데... 기태같은 손목이 아쉽다.
중년부 내 순서가 끝나고 이제는 중년부 단체전 순서가 되었다. 3인조 단체전이라 팀의 허리를 맡고 있는 내 역할이 이전에 5인조 단체전 뛸 때보다 배는 더 중요해졌다. 꼭 잡아야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첫판은 활천관이랑 했는데 앞에서 이길만 하더니 비겨버렸다. 주장전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어서 꼭 잡아야 하는 판이었다. 밖에서 동영상을 찍은 모습은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나름 치열하게 했다. 앞의 개인전에 없던 기세가 나왔다. 내 의지의 발현인가 싶다. 머리 두판으로 이겼다. 이제 주장의 차례가 되었는데 2:0으로 지는 바람에 대표전을 하게 되었다. 내 검도경력 20년 첫 대표전을 하게 되었다. 떨리는 것보다는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에 대표전 시작하자마자 기합 매우 길게 넣는 내 자신이 보였다. 상대는 나보다 키가 조금 컸고 앞에 2:0으로 우리팀을 이겼지만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허리를 치든지 손목을 치든지 해야하는데 칼을 맞대는 그 찰나에 상대가 손목을 방어하는게 보였다. 그럼? 머리를 노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결과는 한판승. 한판 더 할 수 있다! 더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고 한판만 더 이기면 3등은 하겠군 하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둘째판은 검풍관이랑 했는데 첫판 현진이가 한판을 잡아줘서 둘째판 나만 이기면 4강 진출이다. 2002년 월드컵가듯 우리 B팀도 할 수 있겠구나 했다. 하지만 김칫국은 빨리 마시면 안된다.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머리 한판을 먼저 내주었다. 이거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아닌데 아차 싶어 빨리 동점으로 만들었지만 한끗이 부족했다. 결국 추가점을 내지못하고 비겨서 넘겨주게 되었다. 우리팀 주장은 마지막에 2:0으로 져서 아쉽게 2025 2년만의 검도는 8강에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한판만 제대로 해도 만족하려고 했지만 사람이 참 욕심이 앞선다. 아쉽다. 조금만 더 잘 했어도...하지만 내가 목표를 삼고있는 실력과 내 실력의 간극을 알 수 있었던 하루였다. 나는 확실히 여러 계단 더 발전해야한다.
오늘 2년간 꽂혀있던 내 죽도를 다시 꺼냈다. 마음에 불이 조금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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