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연소일지

사소한 방황 여행기 첫날

케비케비 2015. 5. 4. 23:49

오늘 오후 6시경 아무 계획도 없이 길을 나섰다. 아... 오늘 어디론가 꼭 떠나기로 했는데 오전에는 의욕이 안생겼다. 뭔가 할게 있다는 부담에 그리고 뒹굴뒹굴 거리는 나의 일상적인 시간허비질 때문에 그냥저냥 멍하니 시간만 보내다가 정신이 조금 들어서 나섰다. 길을 나설때 챙긴 준비물은 정말로 간단했다. ?! 지갑, 아이패드, 문화상품권 2만원, 나에게 한치수 정도 큰 커플링, 약이 갈랑말랑 하는 전자시계, 독서대, 긴바지 체육복(다리가 추워질 수도 있으니까) 뭐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맘이 가서 전혀 연관성 없어보이는 것들을 가지고 생각나는대로 그냥 오늘의 여정을 시작했다. 먼저 금은방에서 시계와 커플링을 맡기고, 하나로마트에서 육표와 매실(소화제)을 샀다. 그리고는 탁구장에 가서 레슨을 받으며 관장님의 애정어린 잔소리를 듣고 배구레슨을 받으러 가서 배구한게임 하며 땀을 흘려주고, 가게에 가서 치킨 배달 3번 한 후에 치킨 조금 싸들고 여기 커피Leh에 오게 되었다. 밤에 분위기도 꽤 괜찮은 곳이다. 마음의 정리를 하러 오기에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Leh 아메리카노라는 나름 바디감 있다고 하는 아메리카노 하나 주문해놓고 여기에 앉아서 이 여행기를 적고 있는데 기분 괜찮다. 왜 이곳으로 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 마음속에서 오라고 하는데 어쩌겠나... 익숙한 음악을 카페에 앉아서 듣고 있자니 마음이 뭐 그렇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내가 이 여행을 하는 목적은 20대에 안해본 정처없는 방황 속에서 뭐 하나라도 마음속에 정리하고자 한다. 연륙교를 건너서 남해로 넘어가서 남해어딘가를 드라이브하고 적당한 곳에 가서 맥주한캔하면서 누워있을거다. 무슨 생각을 하며 그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분 좋을 것 같다. ​